낙타는 한순간 죽음에 닿을 때까지 걷는다.
묵묵히 걷는다.


병들었다거나 힘들다거나 쉬어가야 할 이유들을 말하지 않는다.
사막 가운데서 마지막 툭 무릎을 꿇으며 숨을 거두기 때문에
낙타에게 짐을 지운 사람들은 당황한다고 한다.

 
아무도 그 낙타가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.
낙타는 고독한 침묵을 그렇게 다스리다 끝을 낸다.
침묵은 낙타들의 적의가 아닐까.



그러나 그 적의는 고독하고 성스럽고 아름답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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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김수우 '침묵으로 몸을 세우고' 중에서